Sin título

오전 3시. 평소에는 달콤한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첫 기차를 타기위해 좀 빨리 일어난다. 씻고 준비하고 나오니 오전 4시경. 아직 버스나 지하철이 다니기에는 이른 시각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택시의 할증도 끝났을 시각임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주위에는 택시가 드문드문 다니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손님을 한 명이라도 태워가기 위해 행인들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살짝 눈길 한 번 주었을 뿐인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대번에 바로 옆에 서서 타라는 손짓을 한다.

아직 기차를 타기에는 이를 시각인 4시 20분. 역사에는 TV도, 전광판의 광고도 꺼져있다. 몇몇 사람들만이 앉아있을 뿐, 썰렁한 모습이다. 배가 고파, 다시 역사를 나온다. 지하도에 들어갔는데 멀쩡한 여성 하나와 마주친다. 술을 과하게 마셨는지 계단 앞에서 자신의 웃옷을 버리고는, 비틀거리며 계단을 오른다. 밤새 마시다 갈 곳을 잃었는지 방황하는 남자 세 명도 보인다.

도착한 곳은 지하도를 거쳐 역사의 맞은편,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 들린다. 주문을 하고는 나올 때까지 기다릴 '7분'이라는 시간을 위해 자리에 앉는다.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밤을 지샌다는 방송을 본 터라 이를 의심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다들 멀쩡했다. 그들 중에는 4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에 혼자 떡하니 앉아 멍하니 있는 남자 하나가 있고, 그 옆에는 군 입대를 앞둔 남자 세 명도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떤 일이 생겼는지 잠시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아차 싶어 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50분. 친절히 7분을 기다리라던 점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서비스에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망각하였기에, 다시는 여기에 오지 않으리란 소심한 복수를 결심한다. 포장한 것을 들고는 갔던 길을 되돌아 온다. 허겁지겁 도착하니 아직 출발 전. 아주 이른 시간의 첫 차인 터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오히려 빈 자리를 찾는 것이 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착석해 있었다.

기차는 출발했다. 잠시동안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몸을 의자에 기댔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이유는 바로 두 유형의 사람 때문이다. 대각선 앞에 앉은 남자 하나와 우선은 여자들의 수다소리보다 더 짜증나도록 얘기하는 뒷자리의 남자 두 명. 무슨 노래인지 알 정도로 크게 틀어두고는 잠에 빠진 상태. 뒷자리의 두 명은 '시X', 'X나' 를 쓸데없이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가장 거슬린다. 그래도 건질 것은 하나 있다. 바로 취업의 어려움. 아직 직접적 취업의 전선에 있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는 편인데 장난이 아님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리라.

잠을 자기를 포기하고, '비상'의 소개페이지와 오늘 쓸 블로그 글에 대한 원고를 적고 나니 벌써 아침이다. 내가 흔들리는 새벽이 끝나고, 세상이 흔들리는 아침이 시작됐다.

Photograph : Sin título by Chatar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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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MindEater™ 2009.02.26 16:46 신고      
곽군님이 보는 새벽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지루하지도 않고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글 정말 잘 쓰신다는~~ 부럽부럽
BlogIcon 곽군 2009.02.27 10:28 신고    
이번 글에서 신경 쓴 것은, 제가 본 광경을 그대로 묘사하는 동시에 과거형 문체를 자제하려고 한 것입니다. :)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제가 보기엔 아직 고칠 문장이 많이 보이네요.
BlogIcon 아크몬드 2009.02.27 18:53      
정감 있는 글이네요.
BlogIcon 곽군 2009.02.28 10:30 신고    
감사합니다. :) 메모를 하니, 이런 글이 써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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