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3 다른 곳에는 없는, 그래서 더 특별한 (2)
2009.03.13 나같지 않은 나 (10)
2009.02.28 유감스러운 도시 (4)
2009.02.26 흔들리는 새벽 (4)
2009.02.23 당신의 슬픈 그림자 (2)
2009.02.22 새벽의 끝을 내쫓으며 (8)
2009.02.05 늙는다는 것, 그 인정할 수 없는 슬픔 (10)
2009.02.03 블로그의 방향을 생각하기 (8)
2009.01.28 눈물로 지샌 설의 새벽 - 두번째 이야기
2009.01.27 눈물로 지샌 설의 새벽 - 첫번째 이야기 (4)

me2day in Bangkok

그 동안 묵혀두었던 글들을 다시 들춰본다.
그 때만하더라도 모두 꼭 써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글들이었지만, 지금 다시 보니 유치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꺼리낌없이 미완의 글들을 지워버린다. 언제 다시금 펼쳐봐도, 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이 좋은 글이라는 나의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글이 쓰고 싶지만, 아직 모자란게 많은가보다.

더불어 블로그의 제목도 바꾸고, 카테고리를 정리하면서 어지럽던 블로그의 방향도 바로 잡는다. 잠시간 순간의 관심을 끌기 위한 글들을 구석으로 치워버리고 일기 쯤으로 치부해버릴 글들을 전면에 세운다. 사실 블로그에 대한 글을 쓰거나, 현 시국에 대한 '아는 척'을 하는 글을 쓸 수도 있다. 그렇게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체', '척'만 할 수 있는 수준일 뿐이다. 또한 굳이 나서지 않아도 그런 글들은 충분히 넘치고 넘친다.

지난 날의 블로깅을 생각해보면 쓴 주제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줄생각'과 '사진생각'으로 채워나갔던 공간, 한동안 쉬었지만 다시금 글을 쓰고자 노력했던 지금의 공간에서도.

그 공간에서 내가 주목했던 것은 언제나 쓴 주제가 아닌 오감의 사람이었다.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의 행동에 시선을 고정하기도 하면서.

때문에 앞으로고 그럴 작정이다. 잘 쓰고 싶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 없다.
그냥 이 공간을,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나만의 색채를 띤 글들로 채우고 싶다.

Photograph : me2day in Bangkok by 아침놀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 블로그, 사람, 색채     
BlogIcon Channy™ 2009.06.25 10:45 신고      
나만의 색채를 띤 글을 쓰는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ㅠㅠ
BlogIcon 곽군 2009.06.25 12:12 신고    
대신에 자신만의 색채를 띠어서 그런지, 트래픽은 적네요. 하하....
hermself watching hermself being hermself

3월이 시작되곤 나의 모습은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외모상의 문제가 아니라, 성격상으로 말이다. 먼저 친해지기 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어렵고, 낯선 이에게 선뜻 말을 건네는 것이 어색했던 나.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쨌거나 그래서 많은 지인들이 짧은 시간동안 생기고 있다.

그러나 이게 나의 모습이 바뀌어 나타난 현상일런지 하는 의문이 문득 든다. 무슨 말이냐면, 내 성격이 변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인해 '잠시'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모두 모르는 사람일테다. 어색한 관계일 것이고, 친해지는 데는 '시간', 그리고 '적극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적극성'을 가진 사람들에겐 인간 관계에 있어서 혜택이 주어진다. 반대로 '방어성'을 가진 사람들은, 마음의 문을 쉽게 열어주지 않기에 인간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될테다. 실제로 그런 친구들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그 모습이 꼭 '예전의 나' 같았다.

인간관계에서의 정석을 위해, 잠시 나의 개성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나 같지 않은 나. 하나의 탈을 쓰고는.

덧붙임. 글쓰기를, 잠시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더니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Photograph : hermself watching hermself being hermself by Esther_G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개성, 사람, 성격, 인간관계     
BlogIcon MindEater™ 2009.03.16 14:15 신고      
그러게 생각해보면 참 다양한 탈을 쓰면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두 가만 생각해보면 친구들에게나 부모님에게나 또는 옆지기에게 모두 조금씩 틀린듯 합니다.
BlogIcon 곽군 2009.03.18 00:19 신고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여러 탈을 썼다 벗었다 하는 제 모습이 눈에 떠오릅니다. :(
BlogIcon 에코 2009.03.17 01:18      
누구든 다 그런것 같아요^^
BlogIcon 곽군 2009.03.18 00:19 신고    
그래도 유독 저만 그런 것 같은 요즘입니다. :)
BlogIcon 무한 2009.03.17 10:45      
요즘들어 봄바람 드신 분들이 많다는...;;

곽군님, 일단 짐 싸서 여행 함 나서시죠!
BlogIcon 곽군 2009.03.18 00:20 신고    
주위가 저를 여행에 '여'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시달리게 합니다. 어흑.
BlogIcon 꿈꾸는바다 2009.03.18 19:30      
많이 바쁘신가봐요..ㅎ
힘내시구요! 잠시 여유를 가지고 글쓰는것도 나쁘지 않아요~
봄기운 완연한 이맘때 잠시 나들이를 떠나보시는것도 좋을것 같네요!^^
BlogIcon 곽군 2009.03.22 07:36 신고    
여행이라.. 좋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테니까요. 그런데 그런 시간마저 허락을 안 해주네요 ㅎㅎ
BlogIcon 도대 2009.03.21 23:50      
개성을 포기하는 것일지, 몰랐던 나의 모습을 알음알음 발견해 가는 것일지... 혹시 모르지요 ^^
BlogIcon 곽군 2009.03.22 07:36 신고    
그럼 지금까지 저의 모습을 모르고 살았단 것일까요? :)

외향적인 사람이 내성적인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내용을 책에서 본 것 같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많은 것이죠, 외향적인 사람이. 어떤면에서는 외향적이기도 하고, 다른 면에서는 그렇지 않기에 전 중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잘 모르겠네요 저를 하하.
Subway Tunnel

오늘도 지하철을 탄다. 아직 교통카드를 쓰지 않는 초등학생 둘, 표를 들고선 승강장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 그 것도 가까이에서. 하지만 아무도 눈길 하나 주지 않는다. 올라타서는 다리를 쭉 뻗은 채로, 투명의 벽이라도 있는 듯 커다랗게 맞은편의 친구와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역시도 아무런 꾸짖음의 말이 없다. 그렇다. 사실 할 처지가 못되는 것이리. 오늘도 어김없이 '노바디'가 울려퍼지고, 지하철이니 나중에 통화하자는 사람은 볼 수 없다.

영어학원에 도착한다. 1월 초, 영어 정복을 꿈꾸며 오던 사람들. 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밖은 그 때나 지금이나 붐비기 짝이 없음에도.

집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 선다. 버스가 서야 할 자리에 혹시나 있을 손님을 영접하기 위해 택시들이 끝없이 '주차'되어있다. 경찰의 옮겨라는 확성기 소리에, 마지못해 몇몇은 옮기지만 안 걸린 택시들은 경찰차가 지나가기 무섭게 빈 자리를 메꿔버린다. 한 택시가 운좋게 손님을 태우고는 출발한다. 보통은 뒷 택시가 빈 자리를 메꾸지만, 갑자기 한 택시가 끼어들어온다. 뒤에 있던 택시는 연신 빵빵 거리며 성질을 낸다. 웃긴다. 질서를 도대체 누가 지켰다는 것일까, 줄만 서는 것이 질서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유감인 것은, 사람들의 얼굴만 뒤바뀐 상태로 이 장면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보게 된다는 것이다.

Photograph : Subway Tunnel by parhessiastes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도시, 사람, 에티켓, 질서     
BlogIcon 민시오 2009.02.28 11:51      
항상 시끌버적 바쁨속에 늘 같은 버스 늘 같은 지하철 늘 같은 차.. 어제 본 사람 오늘 또 보고.. 어느덧 출근길에 인사도 나누는 낮선 사람도 하나둘씩 생기게 됩니다..
BlogIcon 곽군 2009.02.28 20:14 신고    
아직은 인사를 나눌 정도의 익숙함은 느끼지 못했네요 :( 며칠 째 같은 버스를 타는 사람이 보이기는 한 것 같지만, 먼저 인사를 걸기엔 너무나 '까칠해'보입니다.
BlogIcon 나이트엘프 2009.03.04 00:07      
항상 보던 사람을 출근길에 만나도 인사 건네기 어색하긴 하더라구요 용개를 내는 거랑은 좀 다른 차원의 문제 같기도 하구요 ㅋㅋ
BlogIcon 곽군 2009.03.06 22:05 신고    
눈에 익는다고 해서, 먼저 인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인사라는 것이 좋은 행동이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맞지 않을까 저도 생각해봅니다.

Sin título

오전 3시. 평소에는 달콤한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다. 하지만 오늘은 첫 기차를 타기위해 좀 빨리 일어난다. 씻고 준비하고 나오니 오전 4시경. 아직 버스나 지하철이 다니기에는 이른 시각이라 걱정이 되었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택시의 할증도 끝났을 시각임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주위에는 택시가 드문드문 다니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손님을 한 명이라도 태워가기 위해 행인들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살짝 눈길 한 번 주었을 뿐인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대번에 바로 옆에 서서 타라는 손짓을 한다.

아직 기차를 타기에는 이를 시각인 4시 20분. 역사에는 TV도, 전광판의 광고도 꺼져있다. 몇몇 사람들만이 앉아있을 뿐, 썰렁한 모습이다. 배가 고파, 다시 역사를 나온다. 지하도에 들어갔는데 멀쩡한 여성 하나와 마주친다. 술을 과하게 마셨는지 계단 앞에서 자신의 웃옷을 버리고는, 비틀거리며 계단을 오른다. 밤새 마시다 갈 곳을 잃었는지 방황하는 남자 세 명도 보인다.

도착한 곳은 지하도를 거쳐 역사의 맞은편,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 들린다. 주문을 하고는 나올 때까지 기다릴 '7분'이라는 시간을 위해 자리에 앉는다.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밤을 지샌다는 방송을 본 터라 이를 의심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다들 멀쩡했다. 그들 중에는 4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에 혼자 떡하니 앉아 멍하니 있는 남자 하나가 있고, 그 옆에는 군 입대를 앞둔 남자 세 명도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떤 일이 생겼는지 잠시 쓸데없는 상상을 한다.

아차 싶어 손목시계를 보니 벌써 50분. 친절히 7분을 기다리라던 점원의 모습이 떠오른다. 서비스에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망각하였기에, 다시는 여기에 오지 않으리란 소심한 복수를 결심한다. 포장한 것을 들고는 갔던 길을 되돌아 온다. 허겁지겁 도착하니 아직 출발 전. 아주 이른 시간의 첫 차인 터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오히려 빈 자리를 찾는 것이 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착석해 있었다.

기차는 출발했다. 잠시동안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몸을 의자에 기댔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이유는 바로 두 유형의 사람 때문이다. 대각선 앞에 앉은 남자 하나와 우선은 여자들의 수다소리보다 더 짜증나도록 얘기하는 뒷자리의 남자 두 명. 무슨 노래인지 알 정도로 크게 틀어두고는 잠에 빠진 상태. 뒷자리의 두 명은 '시X', 'X나' 를 쓸데없이 섞어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가장 거슬린다. 그래도 건질 것은 하나 있다. 바로 취업의 어려움. 아직 직접적 취업의 전선에 있지 않아, 실감이 나지 않는 편인데 장난이 아님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리라.

잠을 자기를 포기하고, '비상'의 소개페이지와 오늘 쓸 블로그 글에 대한 원고를 적고 나니 벌써 아침이다. 내가 흔들리는 새벽이 끝나고, 세상이 흔들리는 아침이 시작됐다.

Photograph : Sin título by Chatarra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기차, 부산, 사람, 새벽, 서울     
BlogIcon MindEater™ 2009.02.26 16:46 신고      
곽군님이 보는 새벽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지루하지도 않고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글 정말 잘 쓰신다는~~ 부럽부럽
BlogIcon 곽군 2009.02.27 10:28 신고    
이번 글에서 신경 쓴 것은, 제가 본 광경을 그대로 묘사하는 동시에 과거형 문체를 자제하려고 한 것입니다. :)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제가 보기엔 아직 고칠 문장이 많이 보이네요.
BlogIcon 아크몬드 2009.02.27 18:53      
정감 있는 글이네요.
BlogIcon 곽군 2009.02.28 10:30 신고    
감사합니다. :) 메모를 하니, 이런 글이 써지는군요.

The Traveler

조각 첫번째


바야흐로 2월은 졸업과 입학의 경계에 서 있는 시기다. 참석한 학생들의 얼굴들은 모두 밝은 것 같다. 자유로움을 환영하며,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지만 정말로 다들 밝은 것일까? 난 동의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은 했으나, 앞으로 나아갈 학교는 다 정해진 것은 아니므로.

2월 중순이 지나야, 한 학년도 입시 일정은 모두 끝난다. 누군가는 얼마전까지도 대학으로 가는 마지막 전화찬스를 기다렸을 것이다. 극적으로 합격하면 드라마가 따로없지만, 결국 받지 못한다면 원서영역에서의 쓴 잔을 맛 본 것이다. 시험의 결과 자체가 아니라 어느 대학교/어느 과에 적절히 넣었느냐가 합불 여부를 판가름 해버린 것이다. 대학간판을 위해, 꿈을 잠시 접고 내본 대학 원서. 그러나 전국엔 당신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누구는 일찌감치 확정짓고, 동기들과 정모하러 쏘다니기 바쁘다. 수능 대박으로 내신 쪽박에도, 좋은 대학교를 들어가기도 한다. 누구는 수능을 못 쳐 억울한 마음이지만, 형편에 재수도 못하고 눈물겹게 낮은 대학으로 진학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머진 갈 곳도 없이, 쓸쓸히. 다시는 돌아가기 싫다던 수험생활을 원치 않게 맞이한다.

조각 두번째

한 친구가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부러운 친구들의 목록. 한의대, 손 꼽히는 공대, 국립 사범대 등등 나름의 성공을 거둔 친구들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거기엔 유감스럽게도 내가 아는 당신의 이름이 없다. 당신은 이 글을 보았을테고 상처를 받았을테다.

바쁜 수험생활에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들. 그래도 입시 전쟁이 끝나고 나면, 연이 닿게 된다. 안부를 묻는다는 것이 '어느 대학교'에 진학하느냐다. 별 생각 없이, 아무 감정 없이 묻는 말이지만, 누군가에겐 상처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당신에게 어느 대학교에 다니는가를 먼저 묻지 않는다.

Photograph : The Traveler by Midnight-digita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교육, 그림자, 대학교, 사람, 수능, 수험생, 슬픔, 일제고사     
BlogIcon 꿈꾸는바다 2009.02.23 15:00      
곽군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 못하는 이들이 태반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씁쓸합니다.
대학보다 전공, 전공보다 그 사람의 재능과 실력을 먼저 인정해줄 날이 언제쯤 올까요?
BlogIcon 곽군 2009.02.24 00:35 신고    
재능과 실력을 발굴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요. 그래서 입학사정관제를 선두그룹의 학교들이 (서울대, 포스텍 등등) 도입하려고 하지요. 그러나 아직은 자리잡지 못했고,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전 재능과 실력을 100%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도 현실이지만 글에서 남겨놨듯이, 대학간판을 위해 꿈의 궤도를 수정해야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o'connel street

새벽 6시, 새롭게 적응해야할 기상시간이다. 눈을 뜨면 잠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둑함으로 나를 두렵게 한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일 뿐이지만, 이미 서민의 발인 버스와 지하철은 이미 다니고 있는 시간이다.

새벽 6시 30분, 급히 세면을 하고 아침을 챙겨먹고 나간다. 방금전까지만해도 음침한 조명들만 가득했던 거리. 하지만 이제는 앞이 환해지고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 혼자 하루를 시작했을 것만 같지만, 지하철에 타고 버스에 올라타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제자리를 잡고있다. 앉아 아침을 대신해 고구마를 먹으며, 부족한 잠을 보충하면서 말이다. 그 사이에서 벌써 앉지 못하고 난 서서가고 있다.

새벽의 끝인 이 시각. 이미 많은 사람들은 남들보다 하루를 먼저 시작하고 있었고, 그동안 난 그들의 존재를 알았지만 피부로 느끼진 못했었다. 나름대로 부지런했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이 초라해진다. 생색을 내고 있는 사이, 많은 사람들은 벌써부터 하루를 당겨쓰고 있었다. 새벽의 끝을, 따뜻한 이불의 유혹을 나보다 먼저 내쫓으면서.

Photograph : o'connel street by shrapnel1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부지런함, 사람, 새벽, 아침     
BlogIcon 제트 2009.02.22 11:03      
헐 대단하세요.
저도 모닝콜은 6시로 맞춰놨는데 문제는 끄고 자서리 ㅠ_ㅠ
BlogIcon 곽군 2009.02.22 11:29 신고    
처음엔 그런 경우가 많지요. 당분간은 지키도록 신경쓸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6시 기상이 된다면 습관으로 배겠지요.
BlogIcon 2009.02.22 11:47      
아, 저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요즘에 자꾸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못된 습관이 들었어요 ㅠ
BlogIcon 곽군 2009.02.22 11:49 신고    
한번 게을러지면, 다시 되돌리기 정말로 힘들다는 것은 겪어본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오래뛰기도 뛰다가 쉬면, 다시 뛰기힘들고 계획을 세우다가 한 번 안 하게 되면 다시 하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
BlogIcon 머니야 2009.02.22 16:19      
에고..참 새롭네요..제가 오래전 인천에서 출퇴근 한적이 있어요..그때 차막힘 피해서 새벽4시에 기상, 4시30분 톨게이트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힘들었지만, 새벽공기의 상쾌함은 지금도 뇌리속에 선명하네요~
BlogIcon 곽군 2009.02.22 16:54 신고    
힘드셨겠네요. 문득 이영권 박사님이 생각나네요. 3시면 일어나셔서 하루를 시작하셨다죠. :)
BlogIcon 꿈꾸는바다 2009.02.23 15:01      
곽군님 부지런하시네요.
아침형인간이 된다는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BlogIcon 곽군 2009.02.24 00:33 신고    
어렵지요. 게을러지고 싶다면,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마음을 다잡고 정비하여 아침형 인간으로 돌아가려면 몇 배는 더 많은 고통이 뒤따른다는 경험을 다들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ㅎㅎ
between days

주 3회 정도 이용하는 지하철. 아직은 집 앞에서 지하철을 탈 수가 없는지라, 버스를 거치는 환승을 해야 한다.
일주일 정도 됐을까. 그 날도 어김없이 버스를 타곤, 지하철역 근처에서 내렸다.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난 조금 뛸 수 밖에 없었고, 계단을 두 세칸씩 성큼성큼 뛰어내려갔다. 이 때 버스 때부터 마주쳤던 한 할아버지, 나를 의식하신다. 분명 버스에서 내릴 땐 뒤쳐지셨는데 언제 따라오셨을까. 계단을 뛰어내려간 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데, 할아버지가 내 옆을 지나치신다. 나는 속으로 씩 웃었다. 젊은 친구를 그리도 이기고 싶었나 하고.

다시만난 계단. 나는 일부러 천천히 내려갔다. 그제서야 할아버지도 천천히 걸으셨다.

처음엔 미소지었지만
나중에는 슬퍼졌다.

나이, 자연스레 먹게 된다. 그래서 인정해야한다.
하지만 인정하고픈 사람은 없다.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여전히 팔팔한 십대이니까.

Photograph : between days by Supermariolxpt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늙음, 사람, 슬픔     
BlogIcon LieBe 2009.02.05 21:14      
사진이 참.....멋집니다...
저렇게 멋지게 늙는것도 복이라고 하던데...
숀커넬리...참 멋지잖아요....
BlogIcon 곽군 2009.02.06 00:21 신고    
복이죠. 그럼요~
BlogIcon 레이니돌 2009.02.06 00:07      
저도 이제 나이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됐네요. 세상사는게 마냥 주인이 강아지 먹이주는 것마냥 거저 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나이 먹어가는 것이 어찌나 무섭던지요.

늙어가고 있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늙어가고 있습니다.
BlogIcon 곽군 2009.02.06 00:22 신고    
지금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 쯤이면, 저도 무서울거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이후의 시간은 1년이 1달도 안되는 것 처럼 느끼는 것 처럼 말이죠 :)
BlogIcon 꿈꾸는바다 2009.02.06 14:22      
좋은글 잘 봤습니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곽군님의 미래를 그려보셨겠군요.
저도 나이먹는게 무섭네요.
책임감도 커지고, 모르는게 낫던 철없던 시절이 훨씬 속편하다고나 할까...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BlogIcon 곽군 2009.02.06 16:13 신고    
네, 꿈꾸는바다님께서도 즐겁게 보내시길.. ~_~
BlogIcon Zet 2009.02.06 23:12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애수에 젖는 나이가 되버렸어요. 작년 겨울에 어찌나 우울하던지 ㅋㅋ 남자의 인생에서는 30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기로 각오하고 변하고 있습니다. 곽군님, 이웃이 되주셔서 감사해요. ^^
BlogIcon 곽군 2009.02.07 10:40 신고    
김광석이란 이름을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네요.

이웃이 된건, 거의 스토커처럼 붙은 결과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더 고맙죠 :)
BlogIcon 아크몬드 2009.02.07 02:19      
곽군님의 정감 있는 포스트..
잘 보고 갑니다.
BlogIcon 곽군 2009.02.07 10:40 신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주 오세요~
Hammertime

새로 시작하기

2008년 11월 말. 1년간의 긴 공백을 끝내고 다시 블로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WEIVES.net 에서의 블로깅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적기 시작한 것은 지난 달(1월) 말이다. 이름을 '첫번째 물결'로 바꾸면서, 닉네임은 예전부터 쓰던 '곽군'으로 돌아갔다.

지난 일 년 동안 다시 열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바빠라서라는 말로 설명하기는 변명정도로만 보인다. 지금와서 되돌아보면, 억지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방향없이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만 남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랄까. 그래도 쉬는 동안 성과가 있었다면 '내가 블로그에 무엇을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아닐까 한다.

내가 지향해야 할 블로그의 방향을 생각하다

첫번째. 사람

긴 휴식기 이전까지 운영했던 '곽군의 일상수첩'. 하루의 상념들을 단 몇 줄에 담아보고 '나'를, 때로는 '세상'을 채찍질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나의 글이 예리하지 못해 다 쓰고 나면 아무 의미가 없는 단순한 미니홈피의 다이어리가 되기가 일쑤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블로깅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글들을 많이 쓰려고 한다. 그러나 예전과는 다르다. 사람을 겪으며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그대로 옮겨적어보려 한다. 굳이 해석을 하지 않고, 보여주기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글을 읽으며 제각각이라고만 여겼던 사람 하나하나는 모두 다른 생각을 할 지언정, 알게 되고 자연스레 남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두번째. 교육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입시. 고등학교 3학년은 물론이고, 지금은 초등학교까지 입시에 매달려야하는 상황이다. 영훈중을 비롯한 전국의 수많은 특목중, 특목고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아무것도 모르고, 학교 내신이 다 일 것이라 생각하는 아이들은 일반고로 진학하게 된다. 그들에게 특목고란 선택받은 아이들의 몫이라 여겨진다. 그렇게 올라간 일반고 생활. 내신, 수능의 전쟁에 아이들은 녹초가 되어버린다. 시간이 흘러 고생의 열매가 주어질 거라 생각하는 입시철. 대학들은 당연스레 일반고보다는 실력이 좋다고 단정지어버리고, 평가해버린다.

각종 그나마 있는 내신 우대 전형들도 명문대에 가기 위해 몇 년 전부터 트레이닝 되고 있던, 전국의 '정보'빠른 엄마들의 자녀들에게 점령당한지 오래다.

언젠가는 이런 이야기들을 제대로 하고 싶었다. 현 입시를 지켜본 한 사람으로써.
준비하고 있는 포스트도 여러개 있다. (수시모집의 문제점, 지역균형 전형의 기능 상실, 입학사정관의 현실성 등등)

또 하나의 블로그, FLY

세번째. 나눔

첫번째 물결과는 별개로 준비하고 있는 블로그가 하나 더 있다. 앞으로 fly.tistory.com의 주소를 가진 티스토리 블로그다.

학창시절, 넉넉치 않던 형편으로 외부의 장학금을 받아 공부를 해야 했다. 잠시 현실에 대한 창피함도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감사함을 느꼈고, 여기서 끝낼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갚아주어야 할 의무라 생각했다.

그러다 요즘, 여유가 있건 없건 이제는 그 의무를 다해야 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많은 친구들이 걱정 않고 공부할 수 있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한다. 교육청의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저소득층 친구 한명과 緣(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도 계획 중 하나다. (잘 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각종 '나눔'이 이뤄지는 곳을 소개하고, 따스함을 보는 이들에게 전해주고자 한다. 또 어느 정도 알려지게 되면, 지금 이 시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 모르게 애쓰시는 분들을 필자로 모셔서 팀블로그 형식으로 진화를 꾀하려고 한다.

나를 PR하기

블로그를 통해 나를 만들어가고, 나를 알리는 것. PR하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블로그가 없었다면 나름대로의 개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앞으로 나를 말하는 에세이만큼이나 분명한 블로그를 만들어가고 싶다.

Photograph : Hammertime by Afroswede
저작자 표시
PR, 교육, 나눔, 방향, 봉사, 블로그, 사람, 시작     
BlogIcon 하민혁 2009.02.03 03:38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안고 다시 시작하는 블로거를 만나 반갑네요 세우신 뜻 모쪼록 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특히 세번째는 더욱이요. 건필하세요~ : )
BlogIcon 곽군 2009.02.03 11:10 신고    
의지가 흔들릴까봐, 이 글을 쓰고자 했지요 :) 그래도 작년처럼 '운'이 지지리도 없다면, 할 수 없지만 가능한한 해보려 합니다.
BlogIcon Mr.Met 2009.02.03 11:01      
저도 이번에 다시 시작했는데 아는 이름을 만나 더욱 반갑습니다. 과거 블로그계의 역전의 용사(?)들이 다 어디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고 ㅎㅎ;
BlogIcon 곽군 2009.02.03 11:11 신고    
저도 혹시 과거 블로그계의 용사였던가요? ㅎㅎ 하긴, 올블의 시작을 함께 만들었으니깐요.
BlogIcon 수신제가치국평천하 2009.02.03 18:29      
안녕하세요. 블로그 댓글보고 왔는데 참 깔끔하네요. 제껀 정신없고 지저분한데.. 블로그를 통해 자신을 pr하고 타인과 소통하는건 정말 흥미로운일인거 같아요. ㅎㅎㅎ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BlogIcon 곽군 2009.02.03 18:35 신고    
칭찬해주시고, 방문해주셔서 아주~ 감사합니다. :) 저도 자주 놀러가겠습니다.
BlogIcon LieBe 2009.02.04 23:55      
저도 블로그 시작한건 이천년 초기인데 세벙이나 말아먹고 잠수타고를 반복하다 얼마전 다시 티스토리로 시작했지요...^^

그런데 블로그 헤더 이미지가 정말 이쁘네요...
제가 보고 느끼는 이쁜 디자인 중 다섯번째 안에 들어갈듯한...
lol
BlogIcon 곽군 2009.02.04 23:58 신고    
저도 크게 한 번 말아먹고, 이제야 다시 시작하게 됐네요.

블로그 디자인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대부분 헤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 뭔가 웨이브의 느낌이 필요해서 고심을 해봤는데, 괜찮은가봐요 ㅎㅎ
벌써 만으로 8년도 훌쩍 넘어버렸다.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 있었는데 갑자기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천천히 가봤다.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더 다가가봤다. 안방의 살짝열린 문에선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계신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때 울지 않았다. 그리곤 들어가서 어머니께 울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니께서는 그 때를, 어떻게 나를 그리고 누나를 키울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막막하셔서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셨다고 하셨다. 

8년 전, 나는 울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는 나도 울었다. 같이 울었다. 

내 마음이 너무 여려진 것은 아닌가. 잠시 생각해봤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는 8년간 어머니께서 겪으신, 많은 모욕적인 일들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얼마나 힘든 세상인지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 그 때 나는 일찍 철이 든 애가 아니라 아무 것도 모르던 바보였던 것이다.
누나, 눈물, , 명절, 사람, , 싸움, 아버지, 어머니     
설 새벽엔 참 많이 울었다. 그 놈의 돈 때문에

간만에 내려온 누나와, 어머니는 또 싸우셨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불 꺼진 안방으로 가시고는, 눈물을 보이셨다. 아주 서럽게, 한이 맺힌 듯이.

평소에 혼자 지내는 누나때문에 어머니께서는 걱정이 아주 많으시다. 학교, 누나의 미니홈피, 과 클럽들을 매일 들어가보시며 누나보다 먼저 소식을 접하고 관심을 가지신다. 혹시나 학교에 중요한 소식이 생기기라도 하면, 아침부터 연구실에 나가있는 누나가 소식을 모르지는 않을까 싶어, 먼저 문자로 알려주고 물어보기도 하신다. 

또 몸이 편찮으셔서 집에 계셔야하지만, 매일매일 어머니께서는 바쁘시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대출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하면서 연신 계산기를 두드리신다. 그래서 연구실에서 나오는 산학장학금을 받아 아껴쓰면, 학기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곤 정보를 알려주신다.

누나는 친구들처럼 좀 더 비싼 옷을 사입고 싶어한다. 그리고 친구들처럼 해외에 어학연수도 가고 싶어한다. 어머니께서는 사주고, 보내주고 싶어하시지만 형편이 안되니 누나의 끊임없는 요구에 짜증을 내신다. 하지만 어디 자식이 공부하겠다는데 안 도와주고 싶겠는가. 안따까워하시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누나는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어머니는 안방으로.. 그리고 난 거실에 홀로 남겨졌다. 
나는 안방으로 가려 했지만 뭐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몰랐다. 

나는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누나, 눈물, , 명절, 사람, , 싸움, 아버지, 어머니     
BlogIcon 아크몬드 2009.01.27 14:23      
돈이 웬수네요.
BlogIcon 곽군 2009.01.27 18:01 신고    
'돈'이란 존재가 무서운 것은 다름이 아니라, 원수(웬수)라도 절대 돈에게 복수를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겠죠.
BlogIcon 아크몬드 2009.01.27 18:31    
매우 철학적인데요? ㅎㅎ
BlogIcon 곽군 2009.01.27 21:36 신고    
그냥 느낀대로 말씀드린 것 뿐이에요 하하.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