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3 당신의 슬픈 그림자 (2)
2009.02.05 늙는다는 것, 그 인정할 수 없는 슬픔 (10)

The Traveler

조각 첫번째


바야흐로 2월은 졸업과 입학의 경계에 서 있는 시기다. 참석한 학생들의 얼굴들은 모두 밝은 것 같다. 자유로움을 환영하며,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지만 정말로 다들 밝은 것일까? 난 동의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은 했으나, 앞으로 나아갈 학교는 다 정해진 것은 아니므로.

2월 중순이 지나야, 한 학년도 입시 일정은 모두 끝난다. 누군가는 얼마전까지도 대학으로 가는 마지막 전화찬스를 기다렸을 것이다. 극적으로 합격하면 드라마가 따로없지만, 결국 받지 못한다면 원서영역에서의 쓴 잔을 맛 본 것이다. 시험의 결과 자체가 아니라 어느 대학교/어느 과에 적절히 넣었느냐가 합불 여부를 판가름 해버린 것이다. 대학간판을 위해, 꿈을 잠시 접고 내본 대학 원서. 그러나 전국엔 당신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누구는 일찌감치 확정짓고, 동기들과 정모하러 쏘다니기 바쁘다. 수능 대박으로 내신 쪽박에도, 좋은 대학교를 들어가기도 한다. 누구는 수능을 못 쳐 억울한 마음이지만, 형편에 재수도 못하고 눈물겹게 낮은 대학으로 진학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머진 갈 곳도 없이, 쓸쓸히. 다시는 돌아가기 싫다던 수험생활을 원치 않게 맞이한다.

조각 두번째

한 친구가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부러운 친구들의 목록. 한의대, 손 꼽히는 공대, 국립 사범대 등등 나름의 성공을 거둔 친구들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거기엔 유감스럽게도 내가 아는 당신의 이름이 없다. 당신은 이 글을 보았을테고 상처를 받았을테다.

바쁜 수험생활에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들. 그래도 입시 전쟁이 끝나고 나면, 연이 닿게 된다. 안부를 묻는다는 것이 '어느 대학교'에 진학하느냐다. 별 생각 없이, 아무 감정 없이 묻는 말이지만, 누군가에겐 상처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당신에게 어느 대학교에 다니는가를 먼저 묻지 않는다.

Photograph : The Traveler by Midnight-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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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그림자, 대학교, 사람, 수능, 수험생, 슬픔, 일제고사     
BlogIcon 꿈꾸는바다 2009.02.23 15:00      
곽군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 못하는 이들이 태반인 대한민국의 현실이 씁쓸합니다.
대학보다 전공, 전공보다 그 사람의 재능과 실력을 먼저 인정해줄 날이 언제쯤 올까요?
BlogIcon 곽군 2009.02.24 00:35 신고    
재능과 실력을 발굴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요. 그래서 입학사정관제를 선두그룹의 학교들이 (서울대, 포스텍 등등) 도입하려고 하지요. 그러나 아직은 자리잡지 못했고,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전 재능과 실력을 100%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도 현실이지만 글에서 남겨놨듯이, 대학간판을 위해 꿈의 궤도를 수정해야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between days

주 3회 정도 이용하는 지하철. 아직은 집 앞에서 지하철을 탈 수가 없는지라, 버스를 거치는 환승을 해야 한다.
일주일 정도 됐을까. 그 날도 어김없이 버스를 타곤, 지하철역 근처에서 내렸다.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난 조금 뛸 수 밖에 없었고, 계단을 두 세칸씩 성큼성큼 뛰어내려갔다. 이 때 버스 때부터 마주쳤던 한 할아버지, 나를 의식하신다. 분명 버스에서 내릴 땐 뒤쳐지셨는데 언제 따라오셨을까. 계단을 뛰어내려간 후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데, 할아버지가 내 옆을 지나치신다. 나는 속으로 씩 웃었다. 젊은 친구를 그리도 이기고 싶었나 하고.

다시만난 계단. 나는 일부러 천천히 내려갔다. 그제서야 할아버지도 천천히 걸으셨다.

처음엔 미소지었지만
나중에는 슬퍼졌다.

나이, 자연스레 먹게 된다. 그래서 인정해야한다.
하지만 인정하고픈 사람은 없다.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여전히 팔팔한 십대이니까.

Photograph : between days by Supermariolx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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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사람, 슬픔     
BlogIcon LieBe 2009.02.05 21:14      
사진이 참.....멋집니다...
저렇게 멋지게 늙는것도 복이라고 하던데...
숀커넬리...참 멋지잖아요....
BlogIcon 곽군 2009.02.06 00:21 신고    
복이죠. 그럼요~
BlogIcon 레이니돌 2009.02.06 00:07      
저도 이제 나이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됐네요. 세상사는게 마냥 주인이 강아지 먹이주는 것마냥 거저 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나이 먹어가는 것이 어찌나 무섭던지요.

늙어가고 있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늙어가고 있습니다.
BlogIcon 곽군 2009.02.06 00:22 신고    
지금도 먹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때 쯤이면, 저도 무서울거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빨리 간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이후의 시간은 1년이 1달도 안되는 것 처럼 느끼는 것 처럼 말이죠 :)
BlogIcon 꿈꾸는바다 2009.02.06 14:22      
좋은글 잘 봤습니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곽군님의 미래를 그려보셨겠군요.
저도 나이먹는게 무섭네요.
책임감도 커지고, 모르는게 낫던 철없던 시절이 훨씬 속편하다고나 할까...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BlogIcon 곽군 2009.02.06 16:13 신고    
네, 꿈꾸는바다님께서도 즐겁게 보내시길.. ~_~
BlogIcon Zet 2009.02.06 23:12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애수에 젖는 나이가 되버렸어요. 작년 겨울에 어찌나 우울하던지 ㅋㅋ 남자의 인생에서는 30대가 중요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기로 각오하고 변하고 있습니다. 곽군님, 이웃이 되주셔서 감사해요. ^^
BlogIcon 곽군 2009.02.07 10:40 신고    
김광석이란 이름을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네요.

이웃이 된건, 거의 스토커처럼 붙은 결과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더 고맙죠 :)
BlogIcon 아크몬드 2009.02.07 02:19      
곽군님의 정감 있는 포스트..
잘 보고 갑니다.
BlogIcon 곽군 2009.02.07 10:40 신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주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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